<김선두는 도시주변의 인물을 치밀한 구성과 탄탄한 데생력으로 탁월하게 묘사한 작품으로 중앙미술대전 대상을 수상하고 화단에 등장하였다. 그의 작업은 이미지를 화폭에 옮길 때 나타나는 과감한 시각적 실험을 통해 구도와 형상, 색감에 이르기까지 독특한 성격을 형성 하고 있어 회화적 실험정신을 보여준다. 이러한 그의 작업은 특유의 독특한 위상을 인정받 아 93년 석남미술상을 수상하고 현대 한국화를 이끌어 나갈 작가로 미술계에 주목을 받고 있다. 그는 그림이란 자신의 삶에 대한 생각과 느낌, 생활의 반영이며 자신의 삶을 에워싼 여러 가지 조건들에 대한 반응이 함축되어 표현된 것이라고만 한다. 이런 그의 생각들은 자 신을 낳고 키워낸 남도의 자연과 사람들의 생활을 담은 남도연작을 통해 땅의 따스함과 애 정을 느끼게 한다. 그렇기 때문에 남도 풍경을 담은 그의 그림을 접하는 순간 우리는 관찰 자라기보다는 남도의 가락을 들으며 어느 고즈넉한 시골길에서 만나는 여행자가 되고 땅의 체온과 울림을 느낄 수 있다.
김선두는 현재 중앙대학교 예술대학 한국화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김 선 두
중앙대학교 예술대학 회화과 졸업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 회화과 졸업
수상
1984 제7회 중앙미술대전 한국화부 대상 수상(중앙일보주최)
1993 제12회 석남미술상 수상(석남미술재단)
개인전
1992 제1회 개인전(금호미술관, 갤러리 상문당)
1993 제2회 개인전(박여숙화랑)
1995 제3회 개인전(금호미술관)
단체전
1985∼`94 오늘과 하제를 위한 모색전
1986 한국화 채묵의 집점 Ⅱ - 채색의 표정전(동산방 화랑)
- Figuration Critique(파리, 그랑팔레 미술관)
1988 현대 한국회화전(호암갤러리)
1989 `89 서울 현대 한국화전(서울시립미술관)/ 80년대의 형상전(금호미술관)
1990 젊은 모색 `90 - 한국화의 새로운 방향전(국립현대미술관)
- 예술의 전당 개관기념 - 한국미술 오늘의 상황전 (예술의 전당 미술관)
- `90 서울 현대 한국화전(서울시립미술관)
1991 한국화 - 자연에 대한 오늘의 시각(신세계 미술관)/한국화 동세대전(아라리오 화랑)
1992 한국 현대미술의 단면전(표화랑)
1993 현대한국화 - 자연과 삶의 표현전(동아갤러리)/ 서울미술대전(서울시립미술관)
1994 현대미술 40년의 얼굴전(호암갤러리)/ 동학농민혁명 100주년 기념전(예술의 전당)
1995 `95 현대 한국화 상황전(종로 갤러리)/ 오늘의 한국미술-현상과 쟁점(공평아트센타)
- 우리시대의 거울 보기전(동아 갤러리)
1996 사람, 인간전(갤러리 목시)/ 실크로드전(동아갤러리)
- 한국 모더니즘의 전개 - 근대의 초극 1970-1990(금호미술관)
- 시가 있는 그림전(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 갤러리조 개관기념전(갤러리조)
1997 `한국화의 오늘과 내일(워커힐 미술관)
- 한국의 미를 찾아서(갤러리 사비나)
- MANIF전(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 한국미술의 시점과 모색(갤러리 상)
- 광주비엔날레 특별전
1998 드로잉 횡단전(금호미술관)
현재 중앙대학교 교수
땅의 노래, 땅의 마음, 땅의 체온, 땅의 냄새
박우찬/미술평론가
Ⅰ. 모든 것을 관념에 의존하여 파악하고부터 우리는 삶이 급격히 생생함을 잃어버림을 느낀다. 사물이 지닌 생생함은 관념으로서는 파악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빠른 시간 안에 개요나 논리 등으로서 사물을 파악해야 한다는 현대생활의 압박감은 우리의 삶과 주변의 나무, 새, 돌, 개울, 산, 땅...등과의 진지한 대화를 단절 시켜버렸다. 이제 대부분의 우리는 땅의 노래에 귀먹고, 땅의 체온에 무감각해지고, 땅의 냄새를 맡지 못한지 오래이다. 세상만물을 키워낸 땅과의 정신적, 정서적인 대화가 끊어진 지금 우리에겐 땅에 대한 물리적, 재화적인 대응만이 존재할 뿐이다. 그러나 그림이 자신의 삶에 대한 생각과 느낌과 생활의 반영이며, 자신의 삶을 에워싼 여러 가지 조건들에 대한 반응의 함축된 서술이라고 믿는 김선두의 남도 풍경들을 접하면 땅의 노래가 들리고 땅의 체온과 마음이 느껴져 여유가 생긴다.
Ⅱ. 김선두는 이미 중앙미술대전 대상 및 석남미술상을 수상하는 등 현대 한국화를 이끌어 나갈 대표적인 소장작가로서 항상 미술계의 주관심 대상이었다. `휴월`, `지난날`, `외길` 등에서 볼 수 있듯이 탄탄한 데생력과 치밀한 구성을 바탕으로 도시주변의 인물 묘사에 뛰어났던 그가 자신을 낳고 키워낸 남도의 자연과 사람들의 생활을 담은 남도연작을 우리에게 선보이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은 아니었다. 그가 남도연작을 시작한 동기는 `조금 더 나의 개성과 체질이 진하게 베인 그림을 그릴 수 없을까?\"하는 갈등과 고민 때문이었으며, 남도연작의 뿌리는 자신이 태어나서 뛰어 놀고 일했던 고향의 산과 바다, 들판, 언덕, 논밭과 그 속에 서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애정 때문이었다고 한다. 그러한 의도를 담은 남도의 풍경을 보면 도시생활에서 잊고 지냈던 여유가 찾아지고 자연의 호흡을 되찾게 된다. `봄들판`, `아버지의 땅`, `겨울산`, `여름언덕` 등 남도의 풍경을 담은 그의 그림과 호흡을 같이하다 보면 땅의 울림이 감지되고, 따뜻한 땅의 체온이 느껴지고 땅의 마음이 전달되는 듯하다.
남도 풍경을 접하는 순간 우리는 한사람의 관찰자로서 그의 그림을 조사하는 것이 아니라 한 많은 남도의 여행자로서 땅의 가락을 들으며 한적한 시골길을 걷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구불구불 한 밭둑이나 한적한 시골길을 걷다보면 밭매는 아주머니며 이름 없는 들풀들, 잔바람에 흩날리는 소나무들을 만나게 된다. 잠시 자연과 호흡을 맞추고 현대생활로 가빠진 호흡을 조정하고 밟을 땅마저도 잃어버린 우리의 삶을 되돌아보게 해 주는 것이 그의 남도 풍경의 매력이다.
그는 땅에 대해 항상 겸손하고 땅 위에 군림하려 하지 않기 때문에 전지적인 관점에서 자연을 記述하지 않는다. 그는 땅의 모든 피조물과 대등한 입장에서 만나서 대화하고 가슴으로 느낀 만큼 화면에 서술할 뿐이다. 남도 풍경을 자신의 관찰 위치와 시점에 따라 사물의 위상이 달라지는 기계적 원근법으로 기술하려 하면 오히려 자연의 실체가 왜곡된다는 것을 작가는 이미 체험을 통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김선두는 한 점에 시각을 고정시켜 사물과 거리를 단축시키는 기계적 원근법의 허상 (illusion) 이미지를 거부한다. 그래서 그는 남도의 생생한 공간 체험을 표현하기 위해 `역원 근법\"을 사용한다. 얼핏 보기에 그의 그림은 시점과 형상이 모순되게 연결된 듯이 보이지만 김선두가 사용하는 역원 근법은 실제적으로 우리가 그 위치에 있으면 더 자연스럽고 감동적 이라는 것을 이내 깨닫게 된다. \"나의 그림이란 나 이상도 이하도 아닌 지금 현재의 내가 가장 솔직하고 꾸밈 없이 투영된 것이다\"라는 그의 예술관처럼 남도의 땀과 한숨이 베인 논과 밭, 남도 사람들의 한 많은 삶, 자연 속에서 생을 영위해 가는 모든 생물들을 그가 체험한 만큼의 마음의 원근법으로서 서술하려 하는 것이 그의 남도 풍경인 것이다.
Ⅲ. 남도의 풍경에 호흡을 맞추다 보면 보는 사람도 자연의 호흡에 맞추어 느려짐을 깨닫게 된 다. 현대 생활의 특징은 `속도`이다. 모든 일은 정해진 시간 안에 완수해야만 하기 때문에 다른 일에 한눈을 팔 시간이 없고 현대생활이 요구하는 빠른 속도를 유지해야만 한다. 효율성을 최대한도로 증대시키기 위해 모든 길을 직선으로, 모든 건물과 기물들은 정방형으로, 모든 일은 일정한 형식으로 변형시켜야만 한다. 그러나 남도 풍경에서는 사물들을 직선과 정방형으로 변형시킬 필요가 없다.
모든 것을 자연과 가슴에 맞기면 되기 때문이다. 산길이며 차길, 물길, 논밭둑 등의 모든 것이 자연의 의지에 따라 만들어진다. 산과 언덕의 부드러운 곡선, 휘돌아 가는 강의 유려한 흐름, 잔바람에 나부끼는 들풀과 소나무의 율동...등 모두가 바로 남도의 자연이 만들어낸 가락이다. 작가는 나무와 땅과 바람과 물로 구성된 오케스트라의 향연을 마음껏 감상하고 그것들이 만들어 내는 한편의 곡을 시각화하여 화면에 옮겨놓는다.
넓적한 논밭을 중심으로 그는 한동안 추상성이 강한 평면적인 남도연작을 제작하기도 하였지만 그의 주된 관심은 면이 아니라 언제나 획에 있었다. 그는 정지된 면으로는 자연의 율동을 그려낼 수가 없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김선두에게 땅은 정지태가 아닌 운동태이고 획은, 다름 아닌 자연의 율동인 것이다.
Ⅳ. 우리는 그동안 너무나 오랜 시간을 서양의 예술철학이나 창작방법이라는 남의 눈을 빌어다 자기와 주변을 설명하는데 익숙해져 있었다. 이제 남의 눈에 인지 조차도 너무나 익숙해져 무엇이 우리것인진 잊어버린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김선두가 남도의 땅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다름 아닌 우리의 체질에 맞는 한국회화를 구축하고자 하는 의도 때문인데, 김선두는 체질이 생활의 체험으로부터 길러진다고 믿는다. 작가는 자기 그림의 뿌리를 남도의 땅에서 토대를 다지고 이를 통해 자신의 체질과 개성을 갖춘 우리다운 그림을 그리려 한다. 이미 그가 자기 나름대로의 독자적인 현대적 진경산수를 만들어냈지만 그의 부단한 창조 정신이 또 다른 독특한 한국미술을 만들어 내리라고 기대한다.
